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마티 슈프림 후기] 탁구공처럼 튀는 인생, 밉상 티모시 샬라메를 응원하게 된 이유

by notata-k 님의 블로그 2026. 7. 25.

지난 7월 5일, 구의 이스트폴 메가박스에서 조쉬 사프디 감독의 신작 <마티 슈프림(Marty Supreme)>을 혼자 관람하고 왔습니다.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세계 랭킹 2위의 탁구 실력을 가졌지만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마티(티모시 샬라메 분)의 149분짜리 생존기를 다룬 영화죠. 사실 처음부터 이 영화에 꽂혔다기보다는, 위키드 이후로 영화 굿즈 수집에 맛이 들려서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을 노리고 간 거였어요. 아쉽게도 오티는 소진돼서 아트그라피만 받아왔지만, 영화관을 나서면서 굿즈 생각보다 티모시 샬라메의 신들린 연기가 먼저 떠올랐을 정도로 꽤 강렬한 수확을 얻은 작품입니다.

서사 자체가 탁구공처럼 튀어다니는 독특한 연출

이 영화는 전형적인 스포츠물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탁구가 메인 소재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영화의 전개 방식 자체가 탁구공이 라켓에 맞고 이리저리 튀는 것처럼 쉴 새 없이 통통 튄다는 점이에요. 마티는 일본 선수권 대회 출전비를 마련하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지만 번번이 실패하죠. 인물들 간의 티키타카 대화, 욕망을 향해 악착같이 덤벼드는 주인공의 아둥바둥하는 모습이 탁구라는 스포츠의 속도감과 정확히 맞물려 돌아갑니다. 영화의 소재와 연출 스타일이 이토록 딱 맞아떨어지는 쾌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무너진 욕조와 강아지 모세, 그리고 마티의 광기

영화에서 가장 황당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단연 '욕조 추락 씬'입니다. 경찰에 쫓겨 쓰레기더미를 구르다 냄새가 밴 마티가 급하게 잡은 모텔 방에서 샤워를 하려다 벌어지는 해프닝이죠. 바닥이 무너지며 아래층으로 떨어졌는데, 하필 그곳엔 부자 할아버지가 반려견 '모세'를 목욕시키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자기 팔이 욕조에 깔려 크게 다쳤음에도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강아지부터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죠. 저 역시 집에서 포메라니안을 키우는 반려인이다 보니, 그 순간 할아버지의 절박함에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촬영할 때 모세가 다치진 않았을지 별별 걱정이 다 들었습니다. ㅋㅋㅋ 하지만 마티는 동물병원으로 가는 그 위급한 와중에도 볼링장 탁구 테이블에서 내기를 하고, 주유소에 불을 내고, 끝내 모세까지 잃어버리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기행을 이어갑니다. 이 단 몇 분간의 미친 전개야말로 '탁구공' 같은 마티의 삶을 가장 잘 압축한 시퀀스였습니다.

한심한 야생마를 결국 응원하게 만드는 힘

마티는 듄이나 웡카에서 보던 티모시 샬라메와는 완전히 다른 인간입니다. 겸손함은 1도 없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며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역대급 밉상 캐릭터죠. 보는 내내 "얘 진짜 왜 이러나" 싶을 정도인데, 신기하게도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마티를 응원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거만함과 무례함으로 무장한 그의 태도가, 실은 아무도 자신의 진가를 인정해주지 않는 차가운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방어기제였다는 걸 깨닫게 되거든요. 묘하게 측은해지는 그 감정선을 149분 내내 끌고 가는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 스펙트럼은 정말 경이로운 수준이었습니다. 물불 안 가리던 야생마가 영화 말미에 조용히 변화를 맞이하는 묵직한 한 방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솔직하게 추천합니다

단순히 땀 흘려 승리하는 깔끔한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를 기대하시거나, 주인공에게 완벽하게 공감하며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찾으신다면 이 작품의 149분은 다소 피곤하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빠른 전개와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선호하시거나, 복잡하고 입체적인 안티히어로형 캐릭터가 세상과 부딪히는 끈적한 드라마를 좋아하신다면 현재 상영 중인 극장에서 꼭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무엇보다 티모시 샬라메의 밉상 연기 하나만으로도 티켓값은 충분히 하는 영화니까요.


소개 ·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문의

© 2026 notat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