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위키드: 포 굿 후기, 1편보다 더 깊이 파고드는 우정과 상실의 이야기

by notata-k 님의 블로그 2026. 7. 25.

그동안 이런저런 일들로 바빠서 블로그에 통 신경을 못 썼네요. 오랜만에 다시 글로 인사드립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위키드 1편을 소개했는데요, 이번엔 2025년 11월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 완결편 위키드: 포 굿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존 추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고, 신시아 에리보(엘파바)와 아리아나 그란데(글린다), 조나단 베일리(피예로), 제프 골드브럼(오즈의 마법사)이 그대로 돌아왔어요. 서로 다른 운명을 택했던 엘파바와 글린다가 오즈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 속에서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마주하는 이야기인데, 저는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더빙판으로 직접 보고 왔습니다. 스포 최대한 없이 써봤어요.

더빙판으로 본 포굿, 그리고 특별한 무대인사

저는 원어 감상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번엔 더빙판을 선택했어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영화 상영 후 한국어 더빙을 맡은 뮤지컬 배우들의 무대인사가 예정돼 있었거든요. 정선아, 고은성, 박혜나, 정영주, 정승원 배우를 직접 실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더빙판을 선택할 이유가 됐습니다. 멀리서 봐서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배우들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었던 건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다만 마법사 더빙을 맡은 남경주 배우를 못 봤던 건 지금도 상당히 아쉽습니다. 한국 남자 뮤지컬 배우의 전설인데 말이죠 ㅠㅠ.

1편과는 다른 분위기, 그래도 봐야 하는 이유

포굿은 1편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1편이 밝고 희망차고 설레는 감정이었다면, 2편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무겁고 안쓰러운 감정이 지배합니다. 넘버의 분위기도 그 영향을 받아서 1편처럼 신나고 흥겨운 곡보다는 묵직하고 비장한 곡들이 많아요.

온라인 리뷰를 보면 스토리가 이상하다고 비판하는 시선도 있는데, 저는 그분들이 뮤지컬 원작을 못 보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내한공연을 봤는데, 뮤지컬 위키드의 전체 러닝타임은 인터미션 포함 약 2시간 50분이에요. 그런데 2막만 따로 보면 약 1시간 10~20분 정도밖에 안 돼요. 실제로 극장에서 뮤지컬로 봤을 때 2막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끝났어?' 싶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거든요. 그 짧은 시간 안에 오즈의 마법사와 연결되는 방대한 이야기를 다 담아내다 보니 처음 보는 분들은 '뭐지? 뭐지?' 하고 따라가기 버거울 수밖에 없어요.

반면 영화 포굿은 약 155분이에요. 뮤지컬 2막 분량의 두 배가 넘는 시간을 들여 그 내용을 풀어낸 거죠. 뮤지컬을 직접 보고 나서 포굿을 보니 "아, 이 장면이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하고 이해가 가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이 정도면 뮤지컬을 안 보신 분들을 위한 충분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개연성을 열심히 보충해줬음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다만 이건 영화의 문제라기보다는, 원작 뮤지컬 자체가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보니 더 채워 넣으면 오히려 원작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제작진 입장에서도 그 선을 지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원작 뮤지컬을 뛰어넘은 각색, 네사로즈 캐릭터에 담긴 진심

오히려 그보다 더 인상 깊었던 건 존 추 감독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연출이었어요. 뮤지컬에서는 엘파바가 여동생 네사로즈에게 그리머리 마법을 써서 걸을 수 있게 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실제로 뮤지컬 무대에서 이 장면을 봤을 때 꽤 인상적인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 장면이 걷는 것이 아니라 공중부양 마법으로 바뀌었어요.

이유가 있습니다. 네사로즈 역을 맡은 배우 마리사 보드는 실제로 11살 때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배우예요. 위키드 역사상 최초로 실제 휠체어 사용자가 네사로즈를 연기한 거죠. 그런데 뮤지컬 원작처럼 마법으로 걷게 해주는 장면을 그대로 연출하면, 장애인을 "고쳐야 할 존재"로 묘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어요. 그래서 각본가가 장애인 친구와 직접 상의해서 공중부양으로 바꾼 거라고 해요. 휠체어에서 자유로워지는 감동은 그대로 살리되, 장애를 결함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담지 않겠다는 깊은 의도가 담긴 거죠.

뮤지컬과 영화를 둘 다 본 입장에서, 처음엔 "왜 바뀌었지?" 싶었는데 이 배경을 알고 나니 오히려 더 감동적으로 느껴졌어요. 단순한 각색이 아니라 배우와 장애인 커뮤니티를 향한 진심 어린 존중이었던 거니까요.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이 영화를 단순한 뮤지컬 실사화를 넘어선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에브리데이 모어 위키드, 1편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감동

포굿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넘버는 Everyday More Wicked예요. 원작보다 편곡되고 길어진 버전인데, 이 안에 1편의 넘버들이 하이라이트로 차례차례 등장합니다. The Wizard and I, One Short Day, What Is This Feeling, Popular의 멜로디가 이어지다가 다시 Everyday More Wicked 테마로 돌아오는데, 이번엔 오즈민들이 글린다에게 사악한 마녀로부터 자신들을 지켜달라고 요청하는 가사로 바뀌어서 2막의 문을 열어요. 이 흐름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마치 1편의 전체 내용을 음악으로 한 번 훑어주면서 복습하는 느낌이라, 1편을 보고 온 사람이라면 그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되짚어지면서 감정이 확 몰려오더라고요. 1편을 보고 오신 분이라면 이 장면에서 소름이 돋을 거예요.

오즈의 마법사와 연결되는 순간들

포굿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던 오즈의 마법사 캐릭터들이 등장해요. 뇌가 없는 허수아비, 심장 없는 양철나무꾼, 겁쟁이 사자가 어째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한 배경이 나오는데, 알고 나면 정말 가슴이 아파요.

그리고 드디어 도로시가 등장합니다. 뮤지컬에서는 도로시를 그림자로만 처리해서 직접 등장하지 않는데, 영화에서는 실제로 나와요. 다만 영화 내내 얼굴은 보여주지 않고 뒷모습이나 멀리서 찍은 풀샷으로만 등장하더라고요. 함께 나오는 토토도 귀엽긴 한데, 솔직히 도로시 얼굴이 나오길 기대했던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웠어요.

근데 생각해보면, 이게 의도적인 연출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떠올리는 도로시는 1939년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를 연기했던 주디 갈런드잖아요. 새로운 배우의 얼굴로 도로시를 등장시키면 그 상징성이 희석될 수 있거든요. 얼굴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관객 각자가 머릿속에 그리는 도로시, 즉 주디 갈런드의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게 해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세대교체된 새 도로시가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는 바로 그 도로시가 오즈에 왔다는 느낌을 주려는 거죠. 그래도 도로시 역을 맡은 배우의 얼굴을 끝내 보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아있어요. 오즈의 마법사를 알고 보시면 이런 연결고리를 찾는 재미가 쏠쏠해요.

For Good, 우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

2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For Good입니다.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담아 주고받는 이 넘버는 스포 없이는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마음이 뭉클해지는 장면이에요. 눈물까지는 아니었지만 마음 한켠에서 뭔가 올라오는 걸 느꼈습니다. 우정이란 무엇인가를 이렇게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게 표현한 장면이 또 있을까 싶었어요.

뮤지컬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 넘버, Girl in the Bubble

포굿에는 뮤지컬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 넘버가 2곡 추가됐어요. No Place Like Home과 Girl in the Bubble인데요, 개인적으로는 Girl in the Bubble이 훨씬 더 인상 깊었어요.

이 곡은 글린다의 시각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넘버예요. 아름다운 삶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짓으로 쌓아 올린 삶, 눈을 감으면 꿈속에서 살 수 있지만 진실은 결국 스며들어온다는 내용이에요. 반짝이는 거품 속에서 행복한 척 떠다니던 글린다가 결국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마침내 그 거품이 터지는 순간을 그린 곡이거든요.

저는 이 넘버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글린다가 거짓된 삶에서 벗어나 진짜 착한 마녀로 각성하게 되는 복선처럼 느껴졌어요. 화려하고 인기 많은 글린다가 사실은 얼마나 공허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거품이 터지면서 비로소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 한 곡에 압축돼 있는 것 같았거든요. 뮤지컬 원작에는 없는 영화만의 오리지널 넘버인 만큼, 이 곡이 글린다 캐릭터를 얼마나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줬는지 느껴보시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예요.

이런 분들께 솔직하게 추천합니다

  • 강력 추천: 위키드 1편을 재밌게 보셨거나 (1편은 꼭 먼저 보세요), 감동적인 우정 이야기를 좋아하시거나, 오즈의 마법사 원작이나 뮤지컬 원작을 아시는 분이라면 개연성이 훨씬 풍부하게 느껴져서 강력 추천드려요. 묵직하고 감정적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잘 맞을 거예요.
  • 살짝 비추천: 다만 1편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기대하시는 분들은 2편이 전반적으로 어둡고 무거워서 조금 당황하실 수 있어요. 그리고 1편을 안 보신 분은 반드시 1편부터 보고 오시길 권해드려요.

1편이 설렘과 희망의 이야기라면 2편은 우정과 상실의 이야기예요. 분위기가 무겁고 어두운 만큼 감정적으로 더 깊이 파고드는 작품입니다. For Good 한 장면만으로도 그 값어치는 충분해요. 1편 보셨다면 반드시 2편까지 완주하세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위키드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결국 블루레이 디스크를 구매했어요. 1편 2편 모두요. 원서 소설책도 살까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양장본에 책 페이지 겉이 위키드 콘셉트에 맞게 녹색으로 되어있는 게 너무 탐났습니다. 근데 8만원대 가격을 보고 일단 지갑을 닫았어요 ㅋㅋㅋ.

아쉬운 건 블루레이가 국내에 미발매라 해외 직구를 해야 했다는 점이에요. 국내판으로 발매됐다면 한국어 더빙은 물론, 우리나라 뮤지컬 배우들의 목소리와 라이브가 녹음된 앨범까지 함께 즐길 수 있었을 텐데요. 박혜나, 정선아, 남경주 같은 배우들의 목소리가 담긴 더빙 앨범이 블루레이에 수록됐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엄청난 갓템이 됐을 겁니다. 그게 너무너무 아쉬워요 ㅠㅠ. 위키드 국내 블루레이 발매를 간절히 기다리는 중입니다.

현재 지니TV, Btv, U+tv, 케이블 VOD는 물론 쿠팡플레이, 왓챠, 웨이브, 애플TV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구매하거나 대여해서 보실 수 있어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정액제 구독 서비스에는 아직 포함되지 않았고, 단품 결제 방식으로 이용하시면 됩니다. (스트리밍 정보는 계속 바뀔 수 있으니 최신 정보는 각 플랫폼에서 한 번 더 확인해주세요.)


소개 · 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문의

© 2026 notata-k